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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생각

미세먼지의 원인과 해결책에 대한 생각

가을이 다가오자 미세먼지 농도가 높은 날이 점차 늘어나고 있다. 대체로 한국의 여론은 미세먼지의 원인으로 중국이라는 국가를 지목하고 있다.  서풍이 부는 여름철에 한국의 하늘이 맑은 것을 보면 대한민국을 뒤덮는 미세먼지의 상당부분의 발원지가 중국이라는 점은 반박하기 어려울 것이다. 그렇다면 '미세먼지의 원인은 중국이다'라고 말하는 것이 정당한 것일까?


이를 살펴보기 위해 하나하나 짚어보려고 한다. 우선 전세계의 공기질 상태는 어떨까?


우선 2016년 환경성과지수 (EPI, 2002년 예일대와 컬럼비아대의 공동연구진이 다보스포럼에서 부정기적으로 발표하는 환경지표) 를 보면 지표의 최하위권 국가들은 대다수가 아프리카 대륙에 몰려 있다. 환경성과지수는 공기질 외에도 보건, 위생, 식수, 농업, 어업, 산림 등 다양한 측면을 고려한 결과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공기질에 관해서만 한정하자면 최하위 국가는 대다수가 동아시아의 개발도상국들이 차지한다. 한국의 공기질은 전세계 180국 중 173위로 나타난다.  178위는 중국, 179위는 인도, 180위는 방글라데시다. 공기란 흐르기 마련이기에 초지역적인 문제이지만,  EPI 에 따르면 선진국이나 아예 개발이 덜 이루어진 지역은 산업화와 도시화가 진행되고 있는 개발도상국들에 비해 그나마 상황이 나은 편이다.



그렇다면 왜 산업화가 활발히 이루어지는 이들 국가를 중심으로 공기질의 수준이 극심히 악화되는 것일까?


대체로 원인은 산업화로 인한 산업 원료 사용, 도시화로 인한 인구 집중, 늘어나는 교통수단 등이 꼽힌다. 여기에 EPI는 가정에서 연탄 등 고체 원료를 사용하는 비율이 높을수록 공기질이 악화된다는 원인도 설명한다. 여러 가지 원인 중 어떤 항목이 공기질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지 밝혀내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이 점을 밝혀내기 위한 전문가들의 노력은 지금도 진행 중이며 정확한 결론이 나온 것이 없기에 다음에 말할 내용은 나의 가설이다.


산업화가 진행되고 있는 나라들에서 유독 공기질이 나쁜 것은 이들 국가들이 맡고 있는 전세계의 공장 역할이 주요 원인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대체로 공기질 최하위권에 속한 나라들은 노동자 임금이 낮아 선진국 기업 또는 다국적 기업들이 낮은 단가로 제품 생산을 위해 활용하는 지역들이다. 전세계인들이 사용할 물품을 생산하기 위한 공장들이 몇몇 특정 국가에 몰린다면 그 지역의 공기질이 극도로 악화될 수 밖에 없는 것은 당연할 것이다.




중국이 '세계의 공장'이라는 이름으로 불리기 시작한 지도 10년이 넘었다. 미국에서는 몇 년전 '중국산 제품 없이 살아보기'라는 운동이 화제가 된 적도 있었다. 그만큼 중국은 중국인들을 위한 제품 생산 외에도 전세계인들의 상품을 생산해내고 있으며 이 과정에서 당연히 각종 환경오염을 일으키고 미세먼지를 하늘로 내뿜어 대는 수밖에 없을 것이다. 중국이 국가적으로 환경 관련 정책들을 엄격히 세우고, 관리 단속을 철저히 하는 방법도 있겠지만, 그렇게 한다면 애초에 중국산 제품들이 저렴할리도 없고 전세계 공장 역할을 할리도 없는 것이다. 중국산 제품들이 저렴한 것은 그만큼 덜 엄격한 기준하에, 덜 숙련된 노동자들을 사용하여, 안전성으로든 기능성으로든 완성도가 떨어지는 상품들을 대량 생산해내는 데에 이유가 있는 것이다.


중국의 기술 수준이 향상되고 있고, 점차 시간이 지나면 중국노동자들의 임금도 오를 것이다. 한국의 조선업이 노동자들의 낮은 임금을 바탕으로 빠르게 발전했다가 현재 그 주도권이 중국으로 넘어간 것처럼 말이다.


비싸고 갈등 빚는 中 떠나…日 기업들 "방글라데시로"


http://m.news.naver.com/read.nhn?mode=LSD&mid=sec&sid1=101&oid=421&aid=0002953642


중국 인건비 상승으로 일본 기업들이 공장을 중국에서 방글라데시로 이전하고 있으며 방글라데시에 공장을 세운 일본 기업의 숫자는  10년 새 3배 넘게 늘었다는 기사다. 세계 공기질 꼴찌인 방글라데시의 하늘에 과연 일본 공장들의 굴뚝에서 나온 매연이 영향을 미치지 않았을까? 한국인들을 비롯한 전세계인들의 소비욕구는 얼마만큼의 매연을 중국의 하늘로 뿜어댔을까.


한국으로 밀려들어 온 중국발 미세먼지에는 우리들이 사용할 물건을 싼 값에 생산해내며 생긴 먼지도 분명 포함되어 있을 수 밖에 없다.  결국  중요한 문제, 그리고 해결해야 할 문제는 특정 국가의 도덕성이 아니라 우리 안의 개발만능주의, 소비지상주의다. 거기에 세계를 경제력으로 줄세워 하위권에 속한 국가들에게 저임금,고위험,반환경적 노동을 떠맡기고 있는 현재의 세계 자본주의도 해결해야 할 문제다.  언젠가 세계 자본 질서가 뒤바뀌어 중국이 다른 대륙의 국가들에 공장을 세우고 하청을 주는 날이 온다 해도, 중국의 하늘, 더불어 한국의 하늘은 깨끗해질지언정 다른 어느 곳의 하늘은 다시 더러워질 수 밖에 없다.




추가. 이 글을 쓰면서 공기질과 관련해 떠오른 다른 생각 하나는 인도와 중국의 높은 인구밀도가 대기질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지 않나 하는 점이다.


출처 : http://sedac.ciesin.columbia.edu/data/collection/gpw-v3/maps/gallery/browse


위의 지도를 보면 인도와 중국 지역이 색이 가장 짙고 그 외 아시아 국가들의 색도 꽤짙은 것을 확인할 수 있다.  EPI 에 따르면 아시아 국가들에선 여전히 가정 내 고체 원료 사용으로 인한 대기질 악화가 발생하고 있는만큼, 이들이 밀집한 곳에서는 그만큼의 대기오염이 일어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중국, 인도 모두 자동차 보유량이 계속해서 늘어나고 있는 현실이다.  (유럽 국가들은 높은 경제발전수준에도 불구하고 공기질이 상당히 안좋은데, 인구밀도와 관련해서 생각해보면 납득이 간다. )


중국은 현재 한자녀 정책을 추진하고 있지만 여전히 인구밀도가 높고, 인도는 여전히 아이를 생기는 대로 낳는 것이 신의 섭리에 따르는 것이라는 사고방식이 퍼져 있다. 다행인 점은 젊은 세대로 갈수록 그런 전통적 사고 방식이 옅어지고 하나 또는 둘만 낳아 잘 기르자는 실용적 생각을 하는 사고 방식의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는 점이다.  적어도 대기질과 관련해서는 밀집한 인구가 분산되고 과도한 인구 증가가 억제되는 것이 도움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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